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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도유이 티알 백업

by 반계 2021. 10. 8.

 

주마등 열차
 
kpc-이카리 유이
 
pc-이카리 겐도
 
w. 이오
 
덜컹... 덜컹덜컹...
 
열차가 선로를 지나가는 소리와 진동이 겐도의 귀를 간질입니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장소입니다.
 
맞은편 좌석에는 유이가 창가에 시선을 둔 채 앉아있습니다.
 
...
 
정말 끔찍한 기억이었습니다.
 
죽음을 맞는 순간, 기분은 어땠나요?
 
그래도 유이가 함께라 다행입니다.
 
혼자만의 죽음은 아니니까요.
 
외롭지 않습니다.
 
유이도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유이를 보면 창가에 향하던 고개를 겐도에게로 돌립니다.
 
이카리 유이:일어났어요?
 
이카리 겐도:어. 일어났어.
 
이카리 유이:당신이 일어나기만 기다려였어요. (웃음)
창 밖이 참 멋있지 않나요?
 
이카리 겐도:(유이를 따라 창밖을 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이카리 유이:참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둘만의 시간을 갖게된 것도..(겐도의 눈을 바라보며) 어땠나요? 그동안.....
 
이카리 겐도:(유이의 눈을 멍하니 바라보다)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어떤 감정인지는 잘 모르겠어.
 
이카리 유이:당신을 바라보며 참 여전하다는 듯 작게 웃음지었다. 사는 것에 참 익숙하지 못한 사람, 유이는 생각했다. "신지와는 잘 지내었나요? 휴우츠키 교수님과는요. 제가 없는 동안 식사나... 옷은 또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이에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누구부터 말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미 일상이라는 것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어쩌다 후유츠키와 밥을 먹거나, 그마저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신지를 떠올려 보았으나, 신지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신지를 몇년동안 친척 집에 맡겼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후유츠키는... 옆에서 잘 지냈어.. 당신도 알잖아. 말이 별로 없어도 그저.. 필요할때는 와주는.. 늘 그런 사람이야. 밥이나 옷은.. 괜찮아. 신지는.. 그새... 많이 컸어.."
 
이카리 유이:"어라, 그렇군요. 교수님도, 그릐고 신지도.. 잘 지낸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유이는 사람에 서투른 자신의 남편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늘 퉁명스럽고 차가운 것 같지만 속은 무척 다정한 사람, 귀여운 사람. "당신을 걱정했었어요. 언제나 서투르고... 또 무서워하니까요. 그런 당신이 내가 없어도 잘 지낼 수 있을까.... 또 신지와도 잘 지낼 수 있을까." 노을이 지는 창 밖을 바라보며 유이는 말을 이었다."저는 항상 당신의 곁에 있었어요. 보이지는 않지만... 닿지는 않지만. 마음은 항상 함께였으니까요."
 
이카리 겐도:낯선 이와 싸우고 왔을 때도 유이는 누군가와 싸웠는지 묻지 않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묻지 않았다. 그저 괜찮을 것이라며 위로해 주었다. 대가 없는 사랑이라는 건 겐도에게 늘 두려웠다. 실체도 보이지 않고 말과 눈짓으로 전해지는 이 감정이 어느순간 변심할까봐 두려웠지만, 유이는 늘 한결같이 웃고 있었다. 유이가 웃어줄거라는 게 위안이 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항상 자신의 곁에 유이가 있었다니. 유이는 정작 '다른 곳'에 있지 않았던가. "그럼, 당신은 날 늘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겐도는 열차를 다시 한번 쭉 훑었다. "이 열차는 전에 타본 적이 없는 열차인데, 당신은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나."
 
이카리 유이:"물론이죠. 언제나 계속 지켜보고 있었어요. 당신이란 사람은 무척 듬직하지만 또 여려서, 언제나 곁을 지켜줘야만 할 것 같으니까요." 2004년, 자신이 초호기의 코어 속으로 겐도를 떠나기 전에 봤던 모습보다는 수염도 기르고 안경도 바꾼 것이 세월이 지났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쩐지 지친듯한 눈. 겐도는 언제까지나 유이가 자신의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유이는 떠나야만 하기에 초호기의 코어로 흡수되었다. 사랑을 알지 못하는 사람, 믿지 못하는 사람. 유대를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같은 어른. 겐도는 그런 남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떠나야하기도 했다. 자신은 언제나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사랑하는 아들인 신지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랬다. 사랑하는 것을 떠나보낼 줄 알고 받아들일 줄 아는 어른이 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끝내 그는 행복해지지 못했다. 유이는 남편이 불행해졌다는 사실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 열차는 사후세계로 가는 열차에요. 저는 이제 떠나니까요. 아마 이 열차의 종착역은 죽음이겠지요." 그리고 나선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조금은 낡은 것이 세월감을 보여줌과 동시에 따듯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리고 자신의 뒤에서 비쳐들어오는 붉은 노을은 열차의 안을 온통 노을빛으로 물들였다. 어쩌면 사후세계로 가는 공간에 참으로 어울리는 모습이였다.
 
이카리 겐도:'드디어 모든 일을 다 끝낸 건가.' 겐도는 사후세계라는 말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영생을 살고 싶어하는 노인네들과 함께하다 보니 죽음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의 상태가 죽어있는지, 살아있는지 그것 또한 확신할 수 없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유이라는 것도 믿기지 않았지만, 그마저도 믿지 않으면 겐도는 이 열차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끝나버릴 것 같은 예감에 휩싸였다. 그리고, 기껏 만난 유이인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 열차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동안 자신이 한 일은 허무한 일이 되어버리지 않는가, 잠깐이라도 이 열차에서 유이와 좋은 기억을 갖고 떠나고 싶은 겐도였다. 겐도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유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다른 칸으로 가볼까. 차라도 마실 수 있는 곳이 있으려나?"
 
이카리 유이:"네. 다른 칸으로 갈까요?" 유이는 덜컹거리는 열차 칸의 끝부분의 문을 바라보았다. 그 문은, 또다른 칸으로 이어지는 문이였다. 그리곤 다시 겐도를 바라보았다. 그 뒤,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겐도의 앞으로 다가가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쓸어만졌다. "당신은 죽지 않아요. 죽는 것은 저 혼자 뿐." 그녀는 살풋 웃었다. 이어 말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거친 남편의 손을 잡고 그를 다음 칸으로 이끌었다. "자, 가요."
 
말이 끝나면 유이는 당신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쥡니다.
 
그를 따라 옆 칸으로 이동할까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옆 칸으로 이동합니다.
 
문을 열고 옆 칸으로 이동하면,
 
아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가지런히 놓여있는 작은 테이블이 줄지어 있는데,
 
그것들 중 하나에는 찻잔 두 개와 여러 식사도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마치 당신들을 맞이하듯이요.
 
:아이디어(지능) 판정 합니다.
지능 칸 옆 초록 주사위를 눌러주세요.
 
이카리 겐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7)"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아무도 없는 열차에, 뜬금없이 찻잔이 놓여있다니요.
 
보통 운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노리기라도 한 것 처럼... 일이 들어맞는 기분이 좋습니다.
 
또,
 
아까의 유이의 말을 떠올리면,
 
그가 죽은 것은 확실한 듯 합니다.
 
그렇다면 이 죽음을 향해 가는 열차에,
 
어째서 당신까지 오게 된 걸까요?
 
기회가 된다면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열차의 창은 넓고 깨끗하여 창밖을 구경하기에 적당합니다.
열차 내부에서는 테이블창문유이 조사가 가능합니다.
 
이카리 겐도:겐도는 열차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테이블에 갔다. 찻잔 두 개가 놓여있는 걸 보고 겐도는 이 열차 안에 유이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워졌다. 겐도는 찻잔과 접시를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먼지가 조금 쌓여있는 것 이외에는, 찻잔에 이상한 점은 없습니다.
 
마실 것도 없이 도구만 놓여있는 것이 조금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찻잔과 접시 옆에는 꽃병 하나와 디퓨저가 놓여있습니다.
 
이카리 겐도:겐도는 디퓨저를 들어 향기를 맡아보았다.
 
맡아본 듯한 향입니다. 꼭...
 
:지능 판정 해주세요.
 
이카리 겐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1)"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래요, 향나무 타는 냄새가 풍깁니다.
 
이카리 겐도:향나무? 겐도는 향나무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 다음 겐도는 꽃병을 집어들었다.
 
흰 국화 꽃잎이 꽃병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립니다.
 
국화꽃과 향냄새가 마치 장례식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카리 겐도:사후세계와 관련된 열차라는 것을 다시 새삼 상기하며 겐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창문으로 가 창틀과 창밖을 살펴보았다.
 
넓은 창문입니다.
 
열차 바깥으로 풍경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바깥의 풍경이 이상하리만치 붉습니다.
 
노을 지는 것과는 다른, 좀 더 강렬한 색의 하늘입니다.
 
외에는 평소와 같습니다. 산 끝에 걸쳐져 있는 해가 눈부시게 자신의 존재를 빛내고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합니다.
 
이카리 겐도: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37)"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3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창틀에 끼워져 있는 편지봉투를 하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말끔하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은은하게 유이의 향수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편지 봉투를 열어볼까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편지 봉투를 열어보았다.
 
안에는 짧은 메모카드가 들어있습니다.
 
카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보고싶어요. 겐도. '
 
유이, 그녀의 것일까요?
 
마침 그녀는 당신의 근처 창틀에 기대어 허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녀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카리 겐도:"유이. 여기 편지지에서 당신이 자주 쓰던 향수의 향이 나. 이 편지를 본 적이 있어?" 겐도는 유이에게 편지를 건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렇게나 멀쩡하고, 목소리를 내고, 당신의 앞에 앉아있는데요.
 
만질 수가 있습니다.
 
눈에 보입니다.
 
죽음이란 것이 멀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는 당신 앞에서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심리학 판정해주세요.
 
이카리 겐도:
심리학
기준치: 25/12/5
굴림: 92)"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92
판정결과: 실패
 
그녀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빛이 감돕니다.
 
깊은 감정이 느껴지는데, 뚜렷하게 와닿지 않습니다.
 
그녀가 천천히 입을 뗍니다.
 
이카리 유이:"언젠간 써본 듯한 기억이 있네요" 정확히 잘 기억이 안 나는 것인지, 유이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이카리 겐도:써본듯한 기억? 오래 전에 썼던 편지라는 것일까? 보통 '보고싶어요.' 라는 말은 누군가 한명이 먼저 떠났을 때 쓰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 유이는 함께 앞에 있다. 분명 유이가 맞다. "이 열차에 왜 나를 부른거야. 유이?"
 
이카리 유이:어째서 이 열차에 자신을 부른 것일까, 유이는 겐도의 말에 고개를 살짝 돌려 창 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건 내가 당신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당신이 나타난 것일 거에요. 저는 죽었고, 이 열차는 사후세계로 가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마 이 시간이 저희의 마지막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해요." 조용히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와 함께, 유이는 덤덤히 말했다.
 
이카리 겐도:나를 보고 싶어서 유이의 공간에 내가 들어온 것일까? 겐도는 유이의 말을 곱씹었다. 하지만 유이에게 할 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당신은 이 열차가 사후세계로 간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된 거지?"
 
이카리 유이:유이는 창 밖을 바라보던 고개를 살짝 겐도의 쪽으로 돌리고는 대답했다. "누군가가 말해주었답니다. " 그 뒤론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무언가를 숨기듯이, 입을 다뭅니다.
 
창 밖으로 이른아침의 햇빛이 쏟아져 들어옵니다.
 
고요하고 가라앉은 공기와 함께입니다.
 
기형적으로 붉은 창문으로 시선이 창 밖을 향해있으면 그녀가 당신에게 다시금 말을 건네옵니다.
 
이카리 유이:"우리, 처음 만났던 날을 기억하나요?"
 
이카리 겐도:"처음 만났던 날?"
 
이카리 유이:"네, 처음 만났던 날이요." 그녀는 오랜 추억을 되돌아가듯, 꿈에 잠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학교 식당이였지요? 당신은 그 때 제 앞줄에 서 있었고, 저와 같은 b세트를 주문했었죠." 처음으로 만났던 날, 교토대학의 식당에서 주문하려 했던 b세트가 품절되어 시무룩해하던 자신에게 무뚝뚝한 남자는 식사를 양보해주었다. 무서워보이는 얼굴이지만 참으로 따듯한 마음씨의 사람이였다. 그 점에서 끌렸던걸까? 퉁명스레 대하는 남자에게 오기로라도 계속 말을 걸었던 것은. 어쩌면 그 때 그가 지었던 그 웃음을 보기 위한 것이였을지도 모른다. 진실된 웃음이란 가치있는 것이다. 특히 잘 웃어주지 않는 사람의 웃음이란, 나와 있어 이 사람이 즐거워한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또 서로 가까워질 수 있을거란 확신을 주는, 관계의 진전을 나타내는 것. 이카리 유이는 로쿠분기 겐도의 따듯함을 보았기 때문에 그와 이어질 수 있었다.
 
이카리 겐도:"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겐도는 나른한 햇살을 보며 그당시를 떠올렸다. 아마 b세트를 양보한 것은 그때는 큰 의미는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합리적인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했다. 다른 걸 먹을 수 있는데 굳이 b세트를 먹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넘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데서 온 것이었는데, 그것이 흔히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언제 깨달았던 것일까? 신지와 셋이서 잠시나마 함께 했을 때? 아니면 이제 영영 멀어질 때? 겐도는 잠시 이상한 전율을 느꼈지만 이내 평정을 찾았다. "어쩌면 그때 당신이 알았던 다정한 사람은 이제 아닐지도 몰라. 당신은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거야?"
 
이카리 유이:유이는 겐도의 말에 작게 웃음지었다.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라! 유이의 사랑은 그런 사랑이 아니였다. 그녀에 있어서 사랑이란 영원불멸의 항상성을 지닌 감정이였다. 그녀는 무척이나 안정된 사람이였기 때문에, 대게 변하지 않는 감정을 가졌지만 특히나 사랑이 그랬다. 한 번 사랑하게 된다면 영원히 사랑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물건이, 또는 그외의 무엇이든지 어떻게 변하던간에 유이 자신은 그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말은 즉슨, 겐도가 어떻게 변했던간에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고 앞으로도 죽- 사랑할 것이란 의미이다. 가여운 사람이다. 사람 사이에 있는, 형태도 없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것이 무서워서, 믿지 못해버리는 사람이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합리적인 사고이다. 존재한다는 증거조차 없고 언제나 변하기 마련인 감정을 믿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 바보같기도 했다. 바로 그 바보같은 면모마저 사랑한 것이다. 스스로가 사랑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인지조차 못 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을 알지조차 못하는 사람이지만 그는 사랑받고 싶어했다. 바로 유이 자신에게. 무서워하면서도 거부하면서도 바랬다. 사랑하길 바랬고 사랑받길 바랬다.
그래서 유이는 그에게 사랑을 주었다. 둘은 사랑을 했다. 그래서 부부가 되었고 사랑의 결실을 맺었고, 그녀는 그것에 만족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의심병에 걸린 남자에게 사랑의 가장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었다. 위대한 생명의 탄생, 가정의 형성, 사랑하는 아들, 이카리 신지. 그것으로 증명했다. 하지만 아직 깨닫지 못했구나. 바보같은 남자같으니! 유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언제나 증명해주고, 또 사랑해주고, 그것을 말해줌으로서 그가 믿을 수 있게 하는 것 뿐이다.
"저는 말이죠, 당신이 어떤 사람이 되던간에 상관 없어요.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에요. 지금 이카리 겐도, 당신을 이루는 모든 것을 귀중히 여기고 사랑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변하더라도, 어떻게 되더라도 언제나 똑같이 사랑헐거에요." 유이는 겐도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의 눈을 마주치고, 그의 손을 양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사람이란 변하는거에요. 변하기 때문에 사람인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사랑해요. "
"그러니까, 저는 처음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그때의 당신도 여전히 좋지만 지금의 당신이라고 덜한 것은 아니에요. 지금응로 충분해요." 말을 끝맺은 뒤, 유이는 겐도에게 잠시 자신의 몸을 기대었다 떼었다. 분명히, 따스했다.
 
이카리 겐도:겐도는 어깨에 스친 유이의 머리카락와 온기를 느꼈고, 잠시나마 눈 앞에 있는 유이를 의심했다는 사실에 잠깐 마음이 무거워졌다. 유이는 한결같이 유이인데 자신만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같아 머리가 어지러웠다. 더 혼란스럽지 말라는 듯이 꽉 잡힌 손을 보고 겐도는 이곳이 정말, 사후세계로 가는 마지막 길이라면, 자신이 이곳에서 유이를 만나기 전에 한 일을 알게 된다면, 유이의 모습을 더 상상할 수가 없었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같은 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어째서 자신은 모든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는지, 사람들의 말 속에서 기꺼이 이유를 찾아내야만 적성이 풀리는 자신이 야속했고, 사랑한다는 말에 사랑한다고 답을 할 수도 없는 자신이 답답해졌다. 다른 말만 떠오를 뿐이다. 유이의 손을 떼고 겐도는 묻는다. "아까만 해도 노을이 졌는데, 창밖을 보니 다시 아침이 온 건가? 이 열차는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끝나는 거지?"
 
이카리 유이:" 그 점에 대해선 저도 아는 바가 없네요. 낮밤의 구분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가 흐르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이카리 유이는 겐도 너머의 창밖을 보며 말을 이었다. "뭐, 대학에서 배웠다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기억하나요? 제가 휴우츠키 교수님 아래에서 배울 때 말이에요. 그 때 이런 사후 세계의 현상에 대해서 좀 더 강의를 많이 들었더라면 조금 더 이 상황에 대해 감이 왔을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사후 세계란 인간의 사고로밖에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리 만무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이카리 겐도:겐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일이 이렇게 꼬이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상 생물학이니 사해문서니 하는 것들이 여기와서는 소용이 없어졌다는 사실이 겐도는 어쩐지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곳은 다 둘러본 것 같으니 다음 칸으로 가봐야겠어. 계속 하루가 흐르게 내버려 둘 순 없지."
 
이카리 유이:"좋아요." 이카리는 이카리의 손을 잡고 다시 다음 칸으로 향했다.
 
열차는 덜컹 덜컹 소리를 내며 점차 앞으로 나아갑니다.
 
떠오르는 해도 어느덧 하늘을 붉게 빛내고 있습니다.
 
새빨간 조명을 받은 듯이 온 열차가 빛으로 붉게 물듭니다.
 
구름의 색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옆 칸으로 옮기면, 열차의 덜컹거림이 심해지기 시작합니다.
 
...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
 
열차 앞으로 저 멀리 터널이 보입니다.
 
짧은 순간 열차는 터널로 진입하고,
 
당신의 정신은 점점 흐려집니다.
 
몸 또한 노곤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듣기 판정 해주세요.
 
이카리 겐도:
듣기
기준치: 30/15/6
굴림: 97)"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97
판정결과: 대실패
 
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강렬한 충격에, 무슨 소리인지 조차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뼈 부서지는 소리...
 
아니요, 그것은 거대한...
 
...
 
귀가 울리는 충격에, 시야가 아득히 어두워집니다.
 
그리고...
 
.
 
.
 
.
 
깜빡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당신이 눈을 뜨면,
 
카메라의 필름같은 것이 당신의 눈 앞으로 촤르륵 펼쳐집니다.
 
그리고 곧이어 그 중에 하나의 장면이 클로즈업 되고, 별안간 시야에 겐도 자신의 모습이 보입니다.
 
인사를 건네네요.
 
이 날은 당신과 그녀의 첫만남의 기억인가 봅니다.
 
새로움과 설레임, 두근거림이 공존했던 당시의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입니다.
 
이런 날도 있었죠. 돌이켜보면 마음이 뭉근해지는 기억입니다.
 
그때의 추억에 빠져 녹아들고 있을 시점, 정신이 점점 흐릿해집니다.
 
시야는 어둑해지고 뿌옇게 변해갑니다.
 
코끝으로 피비린내가 미약하게 흘러들어옵니다.
 
 
 
 
...
 
다시 귓가로 덜컹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열차가 터널을 빠져나옵니다.
 
열차의 창문을 통해 쨍한 햇빛이 뾰족하게 들어옵니다.
 
유이는 당신의 맞은편 좌석에 앉아 멍하니 창문 밖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건강 판정합니다.
 
이카리 겐도:
건강
기준치: 45/22/9
굴림: 98)"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98
판정결과: 대실패
 
몸에 별 특이한 점을 못 느낍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네요.
 
문제점이 있다면, 몸이 좀 뻐근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꿈이라도 꾼 줄 알았더니...
 
몸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으면,
 
유이가 당신을 가만히 보고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녀는 굉장히 가라앉은 시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유이의 좌석 밑에 무언가 삐져나와 있습니다.
 
:관찰력 판정합니다.
 
이카리 겐도: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75)"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75
판정결과: 실패
 
흰 삼베로 된 옷이 있습니다.
 
검은색으로 치장한 그녀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정확히 어디에 쓰는 옷인지 뭘할때 입는 옷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
 
열차는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창문 밖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바다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스파클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붉은 하늘에는 구름과 노을이 떠있고,
 
바다는 붉은 하늘을 반사하여 진한 핏빛을 띄고 있습니다.
 
그래요, 마치...
 
종말에 가까운 색입니다.
 
그녀가 옷자락을 쥐며 묻습니다.
 
이카리 유이:"살면서 가장 행복했고, 슬펐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카리 겐도:"행복했던 순간은 아마 당신을 처음 만나서겠지만, 슬펐던 순간은.." 겐도는 잠시 목이 매이는지 잠시 숨을 고르고, "당신이 나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가버린 거." 이걸 순간으로 불러야 하나? 겐도는 모든 순간이 참 짧았다고 느꼈다
 
이카리 유이:유이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했던 순간에 자신이 있단 건 기쁜 일이지만, 또한 슬프게 했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미안해요. 당신에게 말할 순 없었어요.. 그게 당신을 상처입혔군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상처'라는 단어에 잠시 눈이 흔들렸지만 이내 미동도 없이 유이를 계속 바라보다 손을 잡았다. "일단 열차를 살펴보자고."
 
이카리 유이:유이는 손을 잡아온 겐도를 보고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팔을 감아 팔짱을 꼈다. "어라, 열차 조사가 취미이신가요?" 실없는 농담을 치며 말을 이었다." 서두르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열차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으로 가게 되어있으니까요."
 
:듣기 판정해주세요.
 
이카리 겐도:
듣기
기준치: 30/15/6
굴림: 52)"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52
판정결과: 실패
 
긴장한 얼굴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심리학/관찰/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이카리 겐도: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48)"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48
판정결과: 실패
 
어쩐지 불안한 모습이긴 한데, 확연하게 드러나는 것은 없습니다.
 
대체 그녀는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요?
 
바다 위로 갈매기들이 줄지어 날고 있습니다.
 
마치 타오르는 듯한 하늘이,
 
재앙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을 만들어냅니다.
 
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듯이 거세게 요동칩니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SanC (0/1)
 
:이성 란의 초록 주사위를 굴려주세요.
 
이카리 겐도: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84)"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84
판정결과: 실패
 
:이성치 1 감소.
이어서 건강 판정합니다.
 
이카리 겐도:
건강
기준치: 45/22/9
굴림: 7)"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
 
어디선가 미약하게 피냄새가 나는 것 같습니다.
 
굉장히 꺼림직하고 불쾌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시야가 까맣게 암전되더니,
 
까무룩, 정신이 흐려집니다.
 
 
...정신을 차리면 또다시 필름같은 것이 당신의 눈 앞에 길게 펼쳐져 있습니다.
 
필름은 한참 이어지다가 어느 한 부분에서 크게 확대됩니다.
 
밝아지는 빛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면 눈 앞에 당신이 서 있습니다.
 
고백의 순간입니다.
 
어찌나 떨리고 설레었던지요.
 
그나저나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가요?
 
유이가 받아준 게 기적일 뿐입니다.
 
그래, 이런날도 있었습니다. 정말 기쁜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정신은 다시금 꺼져갑니다.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흔들립니다.
 
버틸 수 없을 정도의 바람이 어디선가 불어옵니다.
 
덜컹, 덜컹.
 
열차가 터널을 빠져나옵니다.
 
동시에 창 밖의 서녘노을이 열차 내부에 내려앉습니다.
 
터질 듯한 하늘이 조금은 기세가 누그러진 듯이 흐릿한 붉은빛을 발아합니다.
 
노을빛에 물든 유이는, 조용히 바깥 한 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심리학 판정합니다.
 
이카리 겐도:
심리학
기준치: 25/12/5
굴림: 53)"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53
판정결과: 실패
 
그녀는 어딘가 우울해보입니다.
 
:이어서 관찰력 판정해주세요.
 
이카리 겐도: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41)"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41
판정결과: 실패
 
:다시 한번만 더 굴려봅시다...
 
이카리 겐도:
관찰력
기준치: 40/20/8
굴림: 73)"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73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주변으로 물건들이 잔뜩 보입니다.
 
너저분하고 어쩐지 지저분하네요.
 
그녀가 밟기라도 하기 전에 대충 치워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건을 하나 집어들면,
 
당신은 그것이 사진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진 더미였던 걸까요?
 
:관찰 선언이 가능합니다. 따로 판정은 하지 않습니다.
 
이카리 겐도:겐도는 사진 더미를 들고 한장씩 훑어보기로 했다.
 
편지, 당신과 그녀가 함께 찍힌 사진, 또 당신의 사진도 눈에 밟힙니다.
 
예전에는 여러 일도 있었죠.
 
조용히 감상에 젖기도 전에,
 
마치 당신을 깨우듯이 열차가 적당한 흔들림을 내며 굴러갑니다.
 
고요한 열차 내부에 덜커덩 소리만이 공기 가득 메워질 뿐입니다.
 
노을이 당신와 그녀의 뺨을 적신 채 머물고 있습니다.
 
힘을 잃은 듯한 노을빛이, 어딘가 서글픈 감정까지 들게 만듭니다.
 
물건들이 주홍색으로 하나, 둘 덧칠해져갑니다.
 
그에 따라 시간도 점차 흘러만 갑니다.
 
이카리 유이:"살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하고 싶나요?"
 
이카리 겐도:"... 당신도 같이 돌아가는 거라면.. 다 괜찮을지도 몰라."
 
이카리 유이:유이는 겐도의 말에 웃었다. 여전한 사람이다. "아시잖아요. 저는 죽었단 거... " 그리고 그는 열차의 안을 빙 둘러보았다. 마치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인지 알려주기라도 하겠다는 듯. "제가 없을 때 말이에요. 무엇이든지 하고 싶은게 있나요?"
그리고 맞은 편의 겐도를 잠시 안타까운 것인지 이해라도 해보겠다는 것인지, 여러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직 없다면... 지금에라도 떠올려보는 것도 괜찮으니까요."
 
이카리 겐도: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감각은 잃어버린지 오래 되었지만, 만약 지금의 상태에서 일어난다면 겐도는 무엇부터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잘못했던 일을 되짚으러 가야하는 것일까? 아니면 모른척하고 그대로 일상을 살아가야할지, 겐도는 자신이 하고싶었던 일에 대해 의외로 길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잠시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나마 유이를 실망시키지 않는 쪽으로 가야하는 것일까. "일단은... 음.. 나는 둘이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잘 없지만.. 신지랑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아." 겐도는 자신이 말하고서도 뭘 앞으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둘이서는 이렇게 이야기 해본 적이 없어..."
 
이카리 유이:자신이 보아온 겐도라는 인물에게는 의외의 발언이라는 듯, 이카리는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따스한 눈빛을 보내며 대답했다.
"신지와의 이야기라, 그렇군요."
어쩌면 가장 바라던 대답이였다. 그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길, 아직은 서투르겠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분명 파탄난 부자간의 관계도 다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겐도 맞은편의 좌석에 앉은 뒤, 손깍지를 끼고 무릎에 올렸다.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에요. 처음엔 어색하겠지만..... 신지는 상냥한 아이니까요. 용서받을 수 있어요."
그리곤 눈을 감고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당신도 분명,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날이 올 테고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손깍지를 바라보다 잠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유이의 상냥함은 주변 사람들을 동화시키는 힘이 있었고, 겐도도 자신이 천천히 그 상냥함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가끔 자신의 생각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앞서가고 있는 유이를 볼 때면, 왠지 자신도 어느새 그런 마음가짐을 가진 것 같아서, 말하지도 않았는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서, 더 말을 덧붙이지 않는게 습관이 되었었다. '내가 용서를?' 하는 반감도 들었지만, 왠지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기만 한다면 유이가 살아있을 때처럼, 자신도 모르게 더 좋아질 것만 같았다. 겐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어. 그러겠지." 하고 말한 뒤 유이의 눈을 살짝 보고 이내 고개를 떨궜다.
 
이카리 유이:사람의 말에는 자고로 힘이 깃드는 법이다. 지금은 겐도 스스로 확신이 없다 하더래도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이 부자도 언젠가 '남들만도 못한 사이' 에선 벗아날 날이 오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유이는 안심했다.
"신지와 대화말고도 또 하고 싶은 건요? 더 말해주세요."
궁금한 걸 묻기라기보단 마치 삶의 목표라도 만들어보라는 듯, 유이는 또다른 답을 요구했다. 자신이 없더라도 이 남자가 삶의 의지를 얻기 위해선 작더래도 목표가 필요했다. 살아가며 어떠한 소망을 이루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이 불쌍한 남자의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터였다.
 
이카리 겐도:앞으로 하고 싶은 것.. 겐도는 다시 전에는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신지가 태어나기 전, 유이를 만나기 전, 대학교에 가기 전, 천천히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았다. 타인과의 교류를 하지 않고 혼자서 책을 읽던 어린 시절의 자신까지 떠올렸을 때, 겐도는 어쩌면 자신은 그동안 혼자였던 게 좋았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사람을 찾지 못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유이에게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한 적이 있었는지 싶었다. 규칙적인 기찻길 소리와 함께 떠오르는 박자. 취미로 치곤 했던 방 구석에 있던 작은 피아노를 떠올렸다. "피아노를.. 다시 쳐볼까... 사람들 앞에서는.. 쳐 본 적은 없어.. 누가 듣고싶어할지는 모르겠지만.. 어."
 
이카리 유이:잠시 말이 나오지 않는 듯, 유이는 입을 작게 벌렸다가 숨을 들이마쉬었다. 피아노라,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나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을 시간동안 만났으나 그가 피아노를 쳤다는 것은 알지 못했었다. 어쩌면 사람이 없고 조용한 곳에서 건반을 두들겼을 자신도 몰랐던 겐도가 있던 것이다. 남편의 또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다는게 기쁘면서도 그의 전부를 알아주지 못했다는게 미안했다. 혼자서 쳐도 좋고, 누군가에게 들려준다 해도 좋을 것이다. 피아노를 치는 그이의 모습을 어떨까, 어떤 노래를 치길 좋아할까, 소소한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해도 괜찮을테다. 그가 피아노를 치면서 즐겁다면, 아니. 적어도 불행하지 않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곳에서 나간 뒤, 살아간다면... 살아가기만 한다면.
"......저, 있죠."
이카리 유이는 말을 고르기라도 하는 듯 시선을 천장에 두었다가, 발 끝에도 두었다가, 열차의 문을 바라보기도 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이건 쓸데없는 첨언일 수도 있지만요. 저는 당신이 뭐랄까, 바른 사람이라던가, 반드시 행복한 사람이라던가 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시선은 저 멀리 붉게 노을이 지는 창 밖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저 살아있기만 하면 되는거에요. 계속해서 이 대지를 밟고, 살아있음을 느끼고,"
"어쩌면 괴로워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아만 있어준다면 그것으로 된 거에요. 당신 뿐만이 아니에요. 신지도, 그 외의 다른 모두도요."
 
이카리 유이:"그러니 말이죠. 부디 살아가주세요. 이건 아내로서도 이카리 유이로서도 아닌 그저 한 사람으로서의 부탁이에요."
이카리 유이는 겐도를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리며 말을 마치었다.
 
이카리 겐도: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너무나 많이 저질렀다고 겐도는 생각했지만, 유이의 말은 그것조차도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 같아 어딘가 울컥스러웠다. 이렇게 함께 있으면 이 알 수 없는 열차 속에서도 살아 숨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편으로는 왜 유이는 자꾸 자신에게 혼자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 같아, 괜찮아 질 것 같으면서도 자꾸만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겐도도 유이에게 어떤 '좋은 말'을 전하고 싶었지만 그 어떤 말도, 유이가 듣기에 힘들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만약에 이 열차에서 내리게 된다면, 살수가 있다면, 나는 혼자가 되는건가." 유이의 말을 듣고서 나온 대답이 고작 이거라는 사실이 원망스러웠지만, 겐도는 잠시 숨을 가다듬고 유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음... 잊을 수도 있겠지만... 걸어도 하늘을 바라보아도.. 당신이 있었다는 걸 살아가면서 느껴볼게." 겐도는 어딘가 마음 한쪽이 이상하게 견딜 수가 없어 다시 고개를 떨궜다. "웃어도 울어도 그게 당신이 준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기억해낼 때까지."
 
이카리 유이:유이는 그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 상냥하게 웃었다."그걸로 충분해요."
 
이카리 겐도:충분하다는 말에 겐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가만히 유이를 바라보다, 겐도는 사진 더미 사이에 있는 편지를 펼쳐보았다.
 
문득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조금 다른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면,
 
지금이 그녀가 보일 마지막 미소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런 생각들을 하면 어쩐지 서글픈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해가 기울어짐에 따라 그림자도 점점 기우뚱합니다.
 
유이와 함께했던 삶은 어떤 삶이었나요?
 
행복했나요,
 
혹은 괴로웠나요.
 
하루가 다 가고 있습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충분히 되었나요.
 
온통 검은 색으로 물든 옷을 입은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빛나지만,
 
어떤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지능 판정해주세요.
 
이카리 겐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62)"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래요, 그것은...
 
꼭 장례의 때와 같습니다.
 
'그녀'가 '검은' 옷을 입는다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이지만...
 
...
 
서녘빛에 눈을 찌푸리면 저 앞으로 터널이 보입니다.
 
열차는 천천히 터널 안으로 들어갑니다.
 
또 다시...
 
:민첩 판정합니다.
 
이카리 겐도:
민첩
기준치: 35/17/7
굴림: 9)"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9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갑자기 불어온 강하고 뜨거운 바람에 당신은 앉아 있지 못하고 밀려나게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 날아오는 잔해들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강하게 날아간 자신의 몸이 벽에 세게 부딪힌 것입니다.
 
...
 
스르륵 정신이 듭니다.
 
또다시 그 어두운 방 안 입니다.
 
필름은 천천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길게 이어지던 필름은 드디어 마지막을 향해 갑니다.
 
거의 끝부분에 있는 필름의 장면이 확대됩니다.
 
코 안으로 불쾌한 피비린내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시야에 피투성이의 당신의 하반신이 잡힙니다.
 
미동도 없이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면,상체 부분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듯 위로 올라갈수록 피범벅입니다.
 
옷자락은 갈기갈기 찢겨있고,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진 몸의 겉표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습니다.
 
유이는 씁쓸한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장면,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떠오를 틈도 없이 시야가 점멸됩니다.
 
아,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본능적으로 생각이 듭니다.
 
몸에 힘이 없어집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게 대체 무슨 감정인가요?
 
:아이디어(지능) 판정합니다.
 
이카리 겐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4)"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24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필사적으로 이성을 붙들으려 하지만, 붉은빛이 머리를 헤집습니다.
 
당신과 그녀를 항상 비추던 빛이...
 
...
 
 
 
 
덜컹, 하고 정신이 듭니다.
 
여기는 여전히 열차 안입니다.
 
바깥 풍경은 어느새 밤으로 변해 있습니다.
 
바래다 못해 흐려진 붉은 낮의 빛은, 죽어가듯이 어둠에 먹힙니다.
 
이곳에 있던 동안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나요.
 
몇 분 있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죠.
 
하늘에는 텅 빈 듯이 구름 한 점 없습니다.
 
이래서는 열차가 움직이는 건지 조차 가늠이 가지 않습니다.
 
유이는 이번엔 창 밖이 아니라 당신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그 시선이 어찌나 진하고 뚜렷한지,
 
유이의 눈동자에 스며있는 당신의 얼굴이 보일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유이가 입을 엽니다.
 
이카리 유이:"우린...다시 만날 테니까."
 
순간 탁, 하고 열차의 불이 꺼집니다.
 
당신은 조금 우왕좌왕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내 잠잠해질 겁니다.
 
바로 당신의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영상 때문입니다.
 
필름이 아닙니다.
 
이건 당신의 기억입니다.
 
흐리멍덩한 형채 사이로, 가장 눈부신 사람이 보입니다.
 
누군가가 처음보는 당신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럼 어색한 표정을 짓는 당신의 모습이 있습니다.
 
...
 
고백을 한 당신은 너무나 어색한 표정입니다.
 
그런 당신을 보고 웃고있는 누군가가 있고요.
 
다시 시야가 빠르게 점멸합니다.
 
불투명한 기억들이 스쳐지나갈때,
 
가장 생생히 보이는 모습은 하나입니다.
 
한쪽 손이 사라진 채 바닥에 누워 쓰러진 당신을,
 
다정하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누군가가 보고 있습니다.
 
피로 온통 물들여 바닥이 마치 카펫이 된 양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이카리 유이:"...다시 만날 수 있어요."
 
 
그 말을 듣고 있자면, 생각이 퍼즐처럼 조립되어갑니다.
 
:지능 판정 해주세요.
 
이카리 겐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26)"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깨달았나요?
 
당신은 여지껏 그녀의 주마등을 읽고 있던 것입니다.
 
다시 열차의 불이 탁 켜집니다.
 
어지러운 정신들 가운데 시야에 그녀가 잡힙니다.
 
그리고 점점 열차가 느려집니다.
 
이카리 유이:"곧 종착역이에요. 작별할 준비는, 되었나요?"
 
그 말을 끝으로 덜컹거리던 열차가 멈춥니다.
 
그리고 오른쪽에 위치한 열차의 출구가 자동으로 열립니다.
 
바깥은 빛과 안개로 자욱합니다.
 
이카리 유이:유이는 말없이 빛과 안개만이 자욱한 출구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최후의 순간을 다듬고 다듬기라도 하는 듯 겐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 뭔가 알게 되었나요? 또.. 하고 싶은 말은요."
 
이카리 겐도:지능롤을 굴립니다.
 
:지능 판정 해주세요.
 
이카리 겐도:
지능
기준치: 70/35/14
굴림: 11)" style="box-sizing: content-box; background: rgb(190, 190, 190); border: 2px solid black; padding: 0px 3px; font-weight: bold; cursor: help; font-size: 1.1em; display: inline-block; min-width: 1.5em;">11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그녀의 주마등에는 당신의 마지막이 담겨있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그녀가 이 죽음의 열차의 승객이라면,
 
적어도 그런 기억은 있을 수 없습니다.
 
흘긋 그녀를 바라보면,
 
불길할 정도로 검은 그녀의 옷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래요, 저것은 마치...
 
장례를 치루는 사람의 옷과 같습니다.
 
여전히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그녀에게 무언가라도 물어보는 편이 낫겠습니다.
 
적어도 당신보다는 이 꼬인 상황을 잘 알 그녀일테니까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유이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봤다는 사실을 인지했지만, 어째서 이 열차에 같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신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리고 나는 죽은 건가?"
 
이카리 유이:이카리 유이는 겐도의 마지막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작게 입을 열었다. 그녀는 분명 이전에 겐도에게 죽은 것은 자신이다, 라고 못을 박아 말했었다. 죽는 것은 유이 자신, 그리고 이카리 겐도는 죽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카리 겐도는 이카리 유이에게 모종의 '숨기는 사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영리한 사람이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것은 당연한 순리였다. 유이는 충동적으로, 그렇지만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을 꺼냈다.
"당신은 자신이 죽었을 때를 기억하나요?"
꾸욱, 유이는 깍지를 끼고 있던 양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고는 오래 전의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초호기의 코어에 흡수된 채 남은 것은 실수가 아니었어요. 저는 인류의 흔적을 영원토록 남기고 싶었어요. 인간도 지구도, 달도 태양도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에바만은 영원하니까요. 그 안에 단 하나의 인간의 영혼이라도 존재하고 있다면 저와 에바는 영원히 인류와 그 문명의 증거가 되겠지요. 설령 우주가 모든 에너지를 잃고 멸망하더라도."
열차의 안은 소름끼치리만큼 고요했고, 유이는 덤덤히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카리 유이:"그래서 당신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분명히 제가 에바에 탈 수 없도록 할 테니까요. 그러니 아는 것은 휴우츠키 교수님과 저 뿐. 그 뒤로는 당신도 알고 있죠. 겐도 당신은 신이 되고자 했고.. 결국엔 신도 하나된 개체도 그 무엇도 되지 못한 채, 신지에게 거부받고 모두를 거부한 채 홀로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았어요."
계속해서 말을 잇는 유이의 표정은 무척 가라앉아있었다. 그 모습이 꼭 과학자로서의 이카리 유이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노라고, 겐도는 생각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어요. 마음으로도 머리로도 이해한 죽음이지만 당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바꾸고 싶었어요."
스스로 생각해보자면, 참 우스운 일이였다. 이카리 유이는 영원을 바랬다. 그리고 이카리 겐도 또한 인간.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만 하는 존재였는데. 에바와 영원히 존재하길 소망하면서 당연히 여겨야 했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용납하지 못하다니.
"여기까지는 당신도 어느정도 눈치챘을 사실. 그 너머의 진실을 바라나요?"
 
이카리 겐도:계속 물어도 외면하지는 않지만 차마 말을 더 못 이어가던 유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겐도는 혼란한 마음을 잠시 가라앉혔다. 결국 나는 실패했구나, 라는 생각보다는 아무도 나를 떠올려주지 않아서 결국에 '보완'에 실패했다는 사실이 겐도를 헛웃음 짓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에게 찾아온 유이에게 겐도는 고마워 해야 할지, 아니면 그동안 자신이 해온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내심 모르길 바랬던 자신이 대가를 받아야 할지... 하던대로 빠르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 있을까? 이렇게 된 마당에? 자신의 모든걸 쏟아붓고 실패하였는데, 이젠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 너머의 진실이라는게 뭐지? 유이. 이제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이카리 유이:유이는 겐도를 보며 안타까워하는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죠? 저는 원래대로라면 에바에서 영생을 살아가야 하는 몸.. 그리고 당신은 죽음을 맞이했어야 했겠죠. 그런 저희가 왜 이곳에 함께 있는지.. 그리고 '저는 죽었다'라는 저의 거짓말."
"원래는 당신 스스로가 죽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할 심산이였어요. 하지만 이미 당신은 수상함을 느꼈겠고.... 과연 저의 부탁을 들어줄까 하는 의문이 드네요."
진실을, 듣고 나서도, 당신은, 저의 부탁을 들어 주실건가요? 유이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적막한 열차 안에서 말했다.
 
이카리 겐도:유이가 가끔 어딘가 멀리 바라보고 있으면, 겐도는 유이가 어디론가 떠나버리지 않을까 고민했던 날들이 있었다. 자신을 두고 영영 떠나버린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타난 유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진실이라고 한들, 그동안 마주쳤던 현실이 이젠 다 꿈만 같아서... 설령 이제 영영 다시 볼 수 없을 지라도 겐도는 용기를 내서 진실을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 겐도는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카리 유이:짧지만 신뢰가 가는 대답. 유이는 그 말에 화답하듯, 겐도에게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당신이 죽은 뒤, 누군가가 저에게 접선을 했어요. 그들의 이야기는, 당신에게 '죽은 것은 내가 아니라 유이' 라는 것을 믿도록 한다면 당신을 살릴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였지요."
"이들의 정체로는. 몇가지 추측을 해봤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닐테지요. 당신을 살릴 수 있다는 것. 물론 당신은 로쿠분기 겐도의 몸이 아니라 그들 수하의 몸을 빌려 새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요. 그리고 저는 죽음을 안내하는 사자로 만들어주겠다. 그것이 그들이 내건 약속이였어요. 우선 말하자면, 그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였어요. 이 열차공간은 그들이 빌려준 아공간으로, 원래대로라면 만날 수 없는 우리가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해주었지요."
"그리고 당신이 이 열차를 타며 보았을 일련의 영상들은... 당신의 것이 아닌 저의 주마등이였어요."
"이제, 설명이 되었나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엮여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최대한 평정을 찾으려고 애썼다. 유이도 유이대로 힘을 내서 진실을 말해준 것이 아닌가? 어떤 방식이든간에, 유이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산다는 것보다 겐도가 궁금한 것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걸 막을 수는 없었다. "알겠어... 당신이 본 걸 나도 봤으니 믿을게. 그럼... 당신의 부탁은... 어떤 것이지?"
 
이카리 유이:두 손의 깍지를 풀고, 유이는 한 손을 들어 천천히 열차의 출구를 가르켰다. 안개와 빛으로 둘러싸여 어떠한 기묘함과 신비로움마저 느껴지는 출구. 그 문을 걸어나가는 것, 그럼으로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그녀가 바라는 것이였다.
"저 열차의 출구로 나가주세요."
이 출구로 나가게 된다면 그는 새 삶을 살게 되리. 비록 언젠가는 죽게 되겠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다시 한 번 삶의 기회가 주어질테다. 그렇게 한 번 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유예기간을 얻게 되고.... 그렇다면은 언젠가는.
언젠가는 분명 행복하게 되겠지.
이것은 이카리 유이의 굳은 믿음이였다. 그녀의 믿음이자 그녀가 알고 있는 세계의 진실, 진리.
'그러니 지금, 나를 두고 저 출구로 걸어나가세요.'
 
이카리 유이:불현듯, 그 말을 떠올린 순간. 한 가지 생각이 그녀의 뇌리를 스쳤다. 이카리 겐도는 살아서 행복했는가? 그는 행복해질 수 있는가?
그는 지금, 행복한가?
진실이란 불변성을 띠면서도 상대성을 띠는 것이였다. 즉, 이카리 유이의 세계에선 그것이 진실일지 모르나 이카리 겐도의 세계에 있어선 아닐 수도 있다는, 또다른 불편한 진실이였다. 이카리 유이는 방금 마치 바람이 한 번 열차를 쓸고 지나간 것 같다고 느꼈다. 물론, 실제로 열차 안엔 어떠한 변화도 없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온전히 사랑하는 남편의, 이카리 겐도의 행복을 이뤄주기 위해선?
그녀가 왜 이렇게 고뇌하는지, 그 고뇌의 기저에 어떤 명백한 사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카리 유이:"당신이 좋아요."
 
사랑. 이카리 유이는 지금, 이카리 겐도를 사랑하고 있다. 그것은 바꿀 수 없는 진실이다. 적어도 겐도와 유이의 세계에선. 그래, 그것은 유이가 겐도에게 살아가길 바라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살아가길 바라고, 당신을 위하고....
"당신이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그것으로 그녀의 진실된 소망은 형태를 띠었다.
 
이카리 유이:그리고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물어보아야 하는 것.
"이카리 겐도, 당신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이카리 겐도:그녀를 두고 출구로 가라는 말을 듣자 겐도는 숨이 턱 막혀왔다. 앞서서 자신의 행복을 묻던 유이가 겹쳐서 떠올랐다. 아마 유이에게 행복은 자신이 희생하더라도 겐도가 더 나은 삶과 선택을 하기 바라는 것일테지만, 겐도는 살면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해 본 적도 없으며,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떤 지향점이나 목표를 가진 적도 없었다. 유일하게 유이를 살리기 위해 남은 삶을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남은 삶에서 뭔가를 얻어낼 수 있을까? 슬픔마저도 막연해져서 겐도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내가 살아가는게 당신의 행복이라면, 그렇다면... 나는 행복을 잘 모르겠지만,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가 행복했으니. 아마 나는 남은 삶에 감사하면서 살지도 몰라... "
 
이카리 유이:"저는 당신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어떤 선택이던지간에 저의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요. 당신은 홀로 살아간다면 행복해질 자신이 있나요? 그렇지 않다면, 저와 함께하길 바라나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유이와 함께하길 바라냐는 말에 흠칫했지만, 만약에 유이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연 이렇게 진실을 알아버렸는데, 같이 하는 삶이 과연 그녀에게 행복일지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의 행복을 자신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는 걸 생각하니, 겐도는 이전의 삶이 참 빈곤했다고 느꼈다. 유이가 바라는 행복이 아니라, 유이의 짐을 덜어주고 끝내고 싶어졌다. 이렇게 와준 유이에게 해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 아닐까? "응. 당신하고 아까 약속했잖아. 부탁을 들어주기로... 해볼게."
 
선택의 시간입니다.
 
마음의 준비는 됐겠죠.
 
그녀가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이카리 유이:"준비는 되었나요?"
 
이카리 겐도:"응."
 
이카리 유이:"마지막 작별 인사 한 번 해줄 수 있나요?"
 
이카리 겐도:겐도는 유이를 말 없이 안았다. 그러다 다시 손을 떼었다. "...고마웠어."
 
이카리 유이:"....안녕히."
 
끌어안은 온기가 영원할 수 있길.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애정, 친애, 모든 감정들입니다.
 
겐도는 열차 바깥으로 천천히 걸음을 뗍니다.
 
바깥은 연기가 자욱하고 어딘가 시원한 기분이 듭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갔을 때 그제야 시야가 트입니다.
 
당신은 열차역에 있습니다.
 
우베신카와역. 아는 역의 이름인가요?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그리고 뒤를 돌아봤을 때는 열차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열차의 문이 닫히고, 떠날 준비를 합니다.
 
유이는 열차 안에서 창문으로 가만히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이제껏 보았던 유이의 그윽히 젖은 시선입니다.
 
그녀는 손을 흔들어줍니다.
 
그 흔들림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집니다.
 
얼굴에 띄워진 미소는 아침 햇살 처럼 밝은 것 같기도 하다가,
 
낮에 뜬 햇빛처럼 찬란하기도 하고,
 
저녁 노을처럼 기울기도 하다가,
 
밤의 달빛처럼 수심이 깊기도 합니다.
 
애석하게도 환히 웃는 그 미소를 볼 수 있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일텝니다.
 
그녀와의 일을 돌이켜보면,
 
마음 한 구석의 먹먹함이 잦아들지를 않습니다.
 
그리고 열차가 출발합니다.
 
마주친 눈이 멀어집니다.
 
유이는 창문에 달라붙어 당신을 향해 웃어보입니다.
 
입 모양으로 무언가 말합니다.
 
이카리 유이:'우린 결국 다시 만나게 될 거에요.'
 
...
 
그가 멀어집니다.
 
그리울 거예요.
 
많이 외로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당신과 그녀, 두 사람은 가령 50억년이 흐른다 해도,
 
태양도 달도 지구도 남지 않는다 해도,
 
언젠가 아주 먼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날 거니까요.
 
그 때까지 안녕,
 
나의 사랑.
 
[ END1 네가 내게 선물한 삶 ]
 
유이 생환. 그녀는 사자로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어머니가 될 것입니다.
 
:겐도 생환. 그는 그녀의 안녕을 영원토록 기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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